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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한 사람이 고수의 북 장단에 맞추어 서사적이고 극적 구성으로 된 긴 이야기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1인 음악극의 한 형태이다.

노래하는 사람이 북 장단에 맞추어 노래하는 것을 '소리'라고 하고 북 장단이 없이 말로만 대사를 읊어 나가는 것을 '아니리'라고 한다. 그리고 노래를 하면서 이야기의 내용을 더욱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하여 부채를 들고 갖가지 몸짓을 하는데 이것을 '발림'이라고 한다. 노래를 할 때 고수는 옆에서 북 장단을 치면서 때로는 노래하는 사람의 흥을 돋우기도 하고 때로는 소리꾼의 상대역이 되어주면서 판소리를 더욱 흥미롭게 해준다. 이와 같이 고수가 노래하는 사람의 흥을 돋우기 위하여 하는 짧은 말을 '추임새'라고 한다.

이야기의 내용을 상징적인 소리로 표현하는 행위를 '이면을 그린다'라고 하는데 성음·길·장단의 세 가지 음악요소는 이면(사실성)을 나타내는 수단이다.

예전에는 판소리를 하는 사람은 광대, 소리광대라고 불렀다. 이들은 하층계급에 속하였으며 소리외에도 춤이나 재담·곡예 등을 잘 하였다. 이들은 마을이나 장터, 때로는 양반집 안에서 소리도 하고, 여러 가지 기예도 보여주었다. 대개는 소리뿐만 아니라 춤·재담·곡예 등을 같이 하였으나 뛰어난 소리꾼일 경우에는 판소리만으로도 놀이판을 구성하기도 하였다.
 

역사

18세기에 기존의 '이야기 노래'에 비판의식을 갖고 새로움을 추구하던 초기 명창들이 기존하는 전통음악의 음악어법을 바탕으로하여 '연극노래'(극가)라는 새로운 음악양식으로 형성되었다. 이 시기에는 열두 마당이 모두 이루어졌으며 하은담(하한담), 최선달, 우춘대 등이 활약하였다.

19세기에는 양반층의 사랑으로 소리꾼들의 지위가 높아지고 전성기를 맞았는데, 19세기 전반기를'전기 8명창시대' 라 하고,19세기 후반기를 '후기 8명창시대'라고 한다. 권삼득, 황해천, 송홍록, 방만춘, 염계달, 모홍갑, 김계철, 고소관, 신만엽, 송광록, 주덕기 등의 전기 8명창들은 각기 특색 있는 창법과 선율을 개발하여 양반들의 감상과 미의식에 보다 가까이 접근하려 했으며, 각 지역의 민요 선율을 판소리에 담아냄으로써 판소리의 표현력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 박유전, 박만순, 이날치, 김세종, 송우룡, 정창업, 정춘풍, 장자백 등 후기 8명창들은 전기 8명창들의 음악적 업적을 계승하고 이를 다듬어 다양한 더늠(長短)을 창출했다. 이 시기에 박유전(1825~1907경)에 의해 서편제 소리가 등장하게 되었는데, 이로 인해 판소리는 더욱 다양하고 강한 흥행성을 띤 예술로 발전하게 되었다.

마침내 19세기 후반에 판소리는 왕실에까지 침투하게 되었고, 고종과 흥선대원군으로부터 많은 판소리 광대들은 벼슬을 받기도 했다. 19세기부터 판소리의 주요청중은 양반으로 바뀌면서 민중적 현실인식과 반봉건적 예술적 심화나 문제의식 은 일정하게 수정되어 얼마 간은 봉건적 의식의 개입도 허용하는 되었다. 조선 고종 때의 판소 리 작가 신재효는 중인 출신으로서 판소리 광대를 적 극 후원하면서, 양반들의 미의식에 걸 맞는 판소리의 개작을 시도했는데, 이때 판소리 6마당의 사설집과 성 조가.광대가 등의 창작 단가들이 만들어졌다.

20세기는 전기 5명창 시대로, 그 당시 활동한 명창들은 박기홍.전도성.김창환.이동백.김창룡. 김채만.정정렬 등이다. 이때는 국권상실과 급격한 서구 화의 충격으로 판소리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게 되었고, 마침내는 사멸의 길로 들어서게 된 시기이다. 이 시기 판소리의 변화는 무대예술로의 변화로 1902년 기생.광대 등의 단체인 협률사가 만들어지 면서 판소리는 극적 요소가 강한 창극으로 변화했다. 또한 유성기의 출현으로 판소리의 감상방식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본래 광대는 남자들이 하던 것 이었는데 신재효의 제자 진채선이 최초의 여창이 된 후 허금파.강소춘.이화중선.박녹주 등 여창이 다수 등 장하게 되었다. 이러한 경향으로 판소리의 소리.발림 등이 여성화되기도 했다. 8.15해방 후 판소리는 여성 국극단의 등장으로 한때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으나 판 소리 명창들이 창극에 참여하면서 판소리는 점점 쇠퇴하여,1960년대에는 몰락의 길을 걸었다. 그 후 1964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이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음악요소(어법)

성음

발성법에 따른 음색이나 음질을 의미하는데, 같은 음이나 선율일지라도 극적 배경이나 내용에 따라서 달라지는 그 표현법을 말한다. 그 다름은 '무겁고 슬프게', '꿋꿋하고 우렁차게', '즐겁고 경쾌하게' 같은 감각 언어로 설명하는데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다름도 있다.
성음은 명창들의 독공(수련과정)을 통해서 표현되며 새소리·귀신흉내·물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사실에 가깝게 또는 사실을 초월해 표현하고자 했다.
현존하는 판소리에서 성음을 씩씩하고 호기있고, 위엄있고 우렁찬 느낌을 준다는 '우조 성음', 평온하고 한가하고, 여유있는 느낌을 준다는 '평조 성음', 애처럽고, 슬픈 느낌을 준다는 '계면 성음', 쾌할하고 가벼운 느낌을 준다는 '경드름 성음' 등으로 크게 분류된다. 또는 천구성, 철성, 수리성, 아구성 같은 음질을 설명하는 개념도 있고 되바라져서 못쓴다는 노랑목(긴장감 없는 목소리), 어정성음(무가를 부를 때 사용하는 음색)과 비성(콧소리) 같은 용어도 있다. 이러한 성음은 감각적이고 주관적인 영역에 속하므로 언어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논자에 따라서 개념 정리가 다를 수도 있다.

장단

장단이란 각기 리듬꼴이 다른 작은 단위가 여러 개 모여서 일정한 길이의 리듬형을 형성한 것으로, 단순한 박자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며 판소리에서 장단은 음악의 흐름을 통제하는 기본 요소로 '일 고수 이 명창'이라는 말을 통해 그 중요성을 알 수 있다. 판소리에 사용되는 장단은 반복구조가 있는 균등장단(규칙장단)이 대부분인데 진양조·중모리·중중모리·자진모리·휘모리·엇모리·엇중모리 장단이 쓰이며 그밖에 장단의 제약을 받지 않는 도섭도 있다. 장단은 특히 음악의 분위기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는데 예를 들면 평화스럽고 여유가 있는 분위기에는 진양조장단, 길게 서술하거나 많은 것을 나열할 때는 자진모리장단, 그리고 매우 긴박하거나 분주한 상황에서는 휘모리장단이 흔히 사용된다.

판소리에는 선율이 진행되는 '길'이 따로 있는데 음악학의 용어로는 선법이나 음계라고 하고, 우조길(솔음계)·계면길(미음계)·평조길(레음계)로 짜여져 있으며 극적전환이나 상황변화·감정변화를 나타내고자 할 때는 길바꿈기법(전조)을 쓴다. 이와같은 길바꿈기법은 전통음악의 역사에서 판소리에 처음 사용되었고 기악 독주곡 형식인 산조에 차용되었다.

소리제

판소리는 크게 동편제·서편제·중고제·강산제 등으로 구별된다. 동편제는 우조가 많으며 소리의 끝이 짧은 편이고, 서편제는 계면조가 많고 소리의 끝이 길며, 중고제는 동편제와 흡사한 점이 많고, 강산제는 박유전에 의해 시작되었다. 동편제의 명창으로는 권삼득·송흥록·박만순·김세종송만갑 등이 유명하였고, 서편제에는 박유전·김채만·이날치·정창업·김창환 등이, 중고제에는 김성옥·황호통·염계달·모홍갑·김정근 등이, 강산제에는 박유전·정재근·정응민·박춘성·성창순·성우향·조상현 등이 유명하다.
 

종류

송만재(宋晩載)의『관우희』(觀優戱)에는 판소리 12마당이 기록되어 있다. 즉 춘향가·심청가·흥보가·수궁가·적벽가·가루지기타령·배비장타령·장끼타령·옹고집타령·강릉매화타령· 왈자타령·가짜신선타령 등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이 가운데 5마당 즉, 춘향가·심청가·흥부가·수궁가·적벽가 등이 전해지고 있다.

1. 수궁가(水宮歌)

수궁가를 별주부타령 또는 토끼타령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병이 든 용왕이 자기 병에 토끼 간이 약이 된다는 말을 듣고, 자라를 보내어 토끼를 수중 궁궐로 데려오게 한다. 그러나 토끼는 재치있는 지혜로 용왕과 자라를 속이고 다시 육지 세상으로 돌아간다는 내용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유명한 대목으로는 악성가·토끼황상·고고천변·토끼기변·토끼 업고 세상에 나오는 대목 등이 있다.

2. 심청가(沈淸歌)

공양미 삼백석을 바치면 눈을 뜰 수 있을 것이라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심청은 삼백석을 받고 뱃사람들에게 자기 몸을 제물로 팔게 된다. 심청은 인당수 깊은 물에 뛰어들지만, 옥황상제가 도와주어 인간 세상에서 황후가 되고, 결국 아버지를 만남으로써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한다는 내용을 노래하고 있다. 지극한 효심을 지닌 심청의 이야기는 단지 이야로만으로도 사람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지만, 특히 판소리를 통하여 주는 깊은 감동은 이루 형언하기 어렵다. 
유명한 대목으로는 심봉사통곡·시비 따라가는데·중타령·선인따라·범피중류·임당수 바람부는데·추월만정 등이 있다. 음악의 짜임도 길어서 심청가 한 바탕을 다 연주하는데 대개 네 시간은 걸린다.

3. 적벽가(赤壁歌)

중국의 소설 「삼국지연의」의 내용을 판소리로 음악화시킨 것이다. 유비가 제갈공명을 찾아가는 삼고초려(三顧草廬)부터 적벽대전 끝에 관운장이 조조를 놓아주는 내용까지로 되어 있으나 부르는 사람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있다.
유명한 대목으로는 삼고초려·고당상·군사조련·자룡이 활 쏘는데·적벽강싸움·새타령·장승타령 등이 있다.

4. 춘향가(春香歌)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는 다섯 마당의 판소리 가운데, 예술적으로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작품의 길이도 길어서 한 마당을 연주하는데 적어도 다섯 시간, 길게는 여덟 시간 정도까지 걸린다. 기생의 딸 춘향과 양반집의 아들 이몽룡 사이에 일어나는 사랑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이야기의 전개과정에 변사또의 등장으로 극적 갈등 상황에 빠져들다가 이몽룡에 대한 춘향의 사랑과 절개가 통쾌하게 승리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유명한 대목으로는 적성가·천자뒤풀이·긴 사랑가·자진사랑가·이별가·쑥대머리·농부가·옥중상봉·어사출도 등이 있다.

5. 흥보가(興甫歌)

심술보인 놀보와 착한 동생인 흥보의 두 인물이 대조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가난한 흥보는 자기 앞마당에 떨어진 제비 새끼의 부러진 다리를 고쳐주었는데 이 제비가 갖다준 박씨를 심어 그 박에서 나온 보물로 부자가 되었으나 심술굿은 놀보는 제비 다리를 일부러 부러뜨린뒤 고쳐주어 그 제비가 갖다준 박씨를 심었다가 그 박 속에서 나온 상전·놀이패·장수 등에게 고생을 한다는 내용으로 노래하고 있다. 흥보가를 박타령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유명한 대목으로는 중타령·집터 잡는데·제비노정기·박타령·비단타령·화초타령·제비후리러 나가는데 등이 있다.
 

판소리와 관련된 음악들

1. 단가(短歌)

판소리를 부르기 전에 관중들의 흥과 기대감을 돋우고 창자의 목을 풀기 위하여 부르는 짧은 노래를 말한다. 18세기에는 영산(靈山), 19세기에는 허두가(虛頭歌)라고 불리다가 20세기에 단가로 불리게 되었으며 기존의 노래보다 두 배 이상 빠르고 1자1음식으로 노래하는 형태로 노래말이 쉽게 전달되고 판소리에서 사용되는 조 가운데 평조와 우조를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비교적 후대에 만들어진 단가에서는 계면조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 중모리장단으로 짜여 있으며 길바꿈기법(전조)을 사용하고 있는 점이 기존의 노래인 가곡이나 가사와 구별된다.
송흥록은 만학천봉가를 잘 불렀고, 송만갑은 진국명산을, 정정열은 적벽부를, 그리고 김창룡은 장부한을, 임방울은 호남가를 잘 불렀다고 전해진다. 대표적인 단가로는 죽장망혜·운담풍경·강상풍월·고고천변·진국명산·편시춘·호남가·만고강산·장부가·백발가 등이 있다.

2. 가야금병창

한 사람이 가야금을 타면서 단가나 판소리 중에서 몇 대목 또는 민요를 노래하는 음악으로 성악과 기악이 잘 어우러진 음악이다. 19세기 말 판소리를 부를 줄 알았던 가야금의 명인들로터 유래한다. 장구 반주를 하기도 하고 하지 않기도 하는데 장구 반주가 없는 경우라도 가야금 장단을 맞추어 주는 효과를 낸다. 가야금은 대개 소리의 선율을 따르면서 가야금 특유의 주법을 이용하여 장단의 박을 집어 주거나, 종지 형태의 기능, 소리없는 공간을 메꾸어 장단을 채워주며 선율 흐름에서 소리 사이의 여백을 메워주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오태석은 단가 중 녹음방초·호남가, 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를, 강태홍은 단가 중 죽장망혜·청석령 지나갈제, 판소리 흥보가 중 제비노정기를 즐겨 불렀다고 전해진다. 대표적인 곡으로는 녹음방초·죽장망혜·호남가, 그리고 춘향가 중 사랑가·수궁가 중 고고천변·흥보가 중 제비노정기 등이 있다.

3. 거문고병창

단가나 판소리 중에서 몇 대목 또는 민요를 거문고 반주와 함께 노래하는 음악으로 신쾌동이 유일했으며, 지금은 그의 제자인 김영재가 그 맥을 잇고 있다.

4. 창극

창으로 엮어가는 연극이라는 뜻이며 20세기 이후 판소리가 서양 연극의 형태를 빌어서 무대화된 장르이다. 최초의 창극은 1903년 <협률사>에서 공연된 '춘향가'이며 1961년 국립창극단이 창단되어 그 맥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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