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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래

산조는 그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허튼가락이란 의미로 19세기 말엽에 만들어진 기악 독주곡이다. 이 시기는 이미 신분제 등 봉건사회의 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사회를 열망하는 욕구가 곳곳에서 분출하던 사회적 전환기로 이 당시 서민사회에는 이미 판소리가 등장하여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키며 서민사회의 독창적인 예술양식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이러한 시기에 무(巫)의식의 반주음악인 시나위와 판소리의 장단과 가락에서 영향을 받아 발전되어 산조가 탄생하였을 것으로 본다.

산조가 형성되었던 초기의 형태는 판소리의 특징적인 선율형태를 부분적으로 또는 즉흥적으로 묘사하는 형식이었을 것으로 보이며,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판소리의 표현 형식을 선택적으로 또는 기악적으로 재구성하는 방식의 과정을 거친 후 비로소 오늘과 같은 하나의 독창적인 음악양식으로 발전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판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산조를 잘 탈 수 있다"고 하는 말이나 "말(사설)없는 판소리가 바로 산조"라고 하는 표현은 산조의 형성에 바탕이 된 판소리의 영향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판소리를 기악화하려면 판소리의 음악적 특징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물론, 연주자의 뛰어난 연주 기량이 전제되지 않으면 어려울 것으로 결국 산조의 초기 연주자는 판소리를 완전히 이해하고 또 이해할 수 있는 지역인 시나위권의 전문적인 직업연주자여야 가능하였을 것이고 이러한 연주자들에 의해서 산조는 자연스럽게 탄생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산조는 전남 영암출신인 김창조(金昌祖:1865∼1919)에 의해서 연주된 가야금산조가 산조 형태를 갖춘 최초의 산조로 알려져 있다. 이는 그 이전 혹은 그 시대에 이미 산조의 여러 형태들이 존재 했었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 예로 가야금산조는 그와 동시대 혹은 그 이전부터 전라도와 충청도 지역에서 이영채, 박팔괘, 심창래 등에 의해 만들어지고 연주되었다는 연구도 있다. 그 후에 백낙준(白樂俊:1876∼1930)에 의하여 거문고산조가 시작되었고 대금산조는 박종기(朴鍾基:1880∼1947)에 의하여, 아쟁산조는 한일섭(韓一燮:1929∼1973), 정철호, 장월중선 등이 동시적으로 만들어 연주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피리산조는 지영희(池暎熙:1909∼1979), 이충선(李忠善) 등에 의하여, 해금산조는 지용구(池龍九), 지영희, 한범수(韓範洙:1911∼1984) 등에 의하여 연주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외에도 유동초, 송천근, 한범수의 퉁소산조가 있고 전용선(1884∼1964)의 단소산조가 있다.


특징

  • 산조는 남도계면조 음악에 바탕을 둔 시나위와 판소리의 선율적 특성을 각 악기의 특성에 맞도록 재 구성하여 연주한다.
  • 장단은 가장 느린 진양조 장단으로 시작하여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로 점차 빠르게 진행하며 가장 빠른 장단인 휘모리(세산조시, 단모리) 등으로 끝나는 음악으로 듣는 이들의 감정을 점차로 고조시켜 음악의 긴장감과 흥을 더해주며, 여러 유파와 악기에 따라 그 장단구성은 조금씩 다르다.
  • 여러 가지 다양한 조(길)로 짜여져 있으며 우조·평조·계면조·경제(경드름)·강산제·설렁제 등 여러 가지 선법 또는 감정 표현법의 가락이 있다.
  • 선율의 전개는 주제별·동기별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소단락·큰단락·조·악장(장단)·곡 전체로 이어지는 단락과 단락간의 결합으로 이어지는데 단락사이에 나타나는 시작선율과 종지선율은 선율적 형식감을 이루는 주요 요소이다.
  • 연주가들의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음악성이 한껏 발휘되며 끊임없이 만들어가는 음악이므로 연주자는 자신의 음악적 개성과 재능을 바탕으로 기존가락을 독특하게 발전시키며 창조적으로 새롭게 재구성함으로써 독자적인 유파(流派)가 형성되었다.

 

종류

1. 가야금산조

김창조가 처음으로 연주했다고 전해지고는 있으나 김창조와 같은 시대의 한숙구(韓叔求), 심창래(沈昌來), 박팔괘(朴八卦) 등도 비슷한 산조 가락을 연주했다는 설도 있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은 체계가 잡힌 산조는 김창조에 의하여 시도된 것으로 보인다. 그 후 산조는 여려 실력있는 연주가들에 의하여 여러 가지의 유파로 갈라지게 되어 오늘날에는 강태홍류(姜太弘流)·김병호류(金炳昊流)·김윤덕류(金允德流)·김종기류(金宗基流)·김죽파류(金竹坡流)· 성금연류(成錦鳶流)·심상건류(沈相建流)·최옥산류(崔玉山流) 등이 전해지고 있다. 
가야금산조에 사용되는 조에는 우조·평조·계면조·경드름·강산제·덜렁제·봉화조·석화제 등이 있으며, 연주에는 풍류(정악)가약금과 음정조율 및 음정배열에 있어서 차이가 있는 산조가야금을 사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조의 개념은 선법적인 측면에서 명확한 구분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최근에는 우조길·평조길·계면길 등의 선법적인 개념을 도입하기도 한다. 
연주자의 개인적인 연주기법이나 지역적 특성, 사사계보에 따라 독특한 개성을 지니면서 유파를 형성하고 있다. 또한 장단의 짜임새는 유파에 따라 다소의 차이가 있는데 대부분의 가야금산조는 진양조·중모리·중중모리·자진모리 등의 장단을 기본 짜임으로하며 유파에 따라 휘모리·단모리(세산조시)까지 이어지기도 하고 중중모리와 자진모리 사이에 굿거리장단이 들어가기도 한다.
현재 전하고 있는 가야금산조에는 김창조의 가락을 이어받은 김병호류·강태홍류·김윤덕류·최옥산류·김죽파류, 한숙구에서 시작된 서공철류, 박팔괘와 안기옥의 가락에서 발전된 성금련류, 심창래-심상건으로 이어지는 심상건류, 박한용에서 김종기, 이영채에서 신관용으로 이어지는 김종기류·신관용류가 있다.

2. 거문고산조

20세기 말 거문고 연주가인 백낙준에 의하여 처음 연주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초기에는 높은 신분의 사람들이 즐기던 거문고를 가지고, 민속악인 산조를 연주한다고 하여 비판을 받기도 하였으나 그 음악의 뛰어남으로 인하여 점차적으로 그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게 되었다. 백낙준의 거문고산조를 김종기(金宗基)·박석기(朴錫基:1899∼1952)·신쾌동(申快童:1910∼1977) 등이 이어 받았고, 박석기류는 한갑득(韓甲得:1919∼1987)이 이어받았으며, 한갑득류는 김윤덕(金允德:1918∼1978)이 이어 받았다. 현재 전하고 있는 거문고산조에는 신쾌동류·한갑득류·김윤덕류 등이 있다.
백낙준의 거문고산조는 전체적으로 계면조 중심으로 되어 있었으나 후대로 내려오면서 우조로 된 가락이 많이 추가되었다. 장단은 진양조·중모리·중중모리·엇모리·자진모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거문고의 기교를 한껏 드러낼 수 있는 악곡으로써 환상적인 기교와 미분음의 농현으로 섬세하고 깊은 맛을 지니고 있으며 아기자기하면서도 힘이 넘치는 곡이다.

3. 대금산조

20세기 초에 박종기(朴鍾基)에 의하여 처음 연주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 이후 한주환·한범수·이생강·서용석 등에게 이어졌고 그외에 방용현·김원식·강백천·김동식·김호순·편재준 등과 같은 유명한 연주가들이 대금산조를 발전시켰다. 
장단은 진양조·중모리·자진모리 장단을 중심으로 하고, 여기에 중중모리 장단이 삽입되는 경우가 있다. 대금산조에서 나타나는 조는 우조·평조·계면조·경드름(경조) 등이며, 정악대금보다 그 길이가 짧은 산조대금이 사용된다. 
강렬한 소리가 서로 조화를 이루며, 깊은 맛을 주는 청울림 소리와 여러 조의 독특한 분위기가 잘 어우러져, 시원한 느낌을 준다. 그 가락은 격렬하며, 음을 끌어 올리거나 흘러내리는 연주법이 특징이다.

4. 해금산조

현재 전하고 있는 해금산조는 지용구에서 지영희에게 이어진 지영희류와 김경선에서 한범수에게 이어진 한범수류 등이다. 지영희류 해금산조의 장단은 진양조·중모리·중중모리·굿거리·자진모리 등으로 되어 있고 조는 우조·평조·계면조·경드름·경기시나위제 등으로 경기시나위풍의 가락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한범수류의 장단은 진양조·중모리·중중모리·자진모리 등으로 짜여져 있고 조는 우조·평조·계면조 등으로 남도계면조 가락으로 구성되어 있다.
해금 음색의 특징인 가늘면서도 강한 소리와 폭넓은 농현 섬세한 주법 등이 조화되어 경쾌하면서도 은은한 느낌을 준다.

5. 아쟁산조

해방 후 한일섭에 의하여 처음 연주되기 시작하였다. 한일섭류는 박종선에게 이어지고 있고, 정철호류는 서용석이, 장월중선의 가락은 김일구가 이어받고 있다. 합주에 쓰이는 전통적인 아쟁보다 그 길이가 짧고 몸통 윗판에 공명을 위한 나무판을 덧대었으며, 개나리 나무로 만든 활이 아닌 말총활(첼로에 쓰이는 활)을 사용하는 아쟁으로 연주하며 이 아쟁은 박성옥(朴成玉:1908∼1983)에 의해 개량되었다. 
장단의 짜임은 진양조·중모리·중중모리·자진모리 등으로 되어 있고 우조와 계면조가 중심이다.

6. 피리산조

1960년대 초에 국악사양성소(현재는 국악고등학교)의 강사로 있던 이충선(李忠善)에 의해 연주되기 시작하였다. 이충선의 피리 가락을 토대로 하고 다른 악기의 산조 가락을 피리에 맞게 고친 것을 덧붙여 오늘날 연주되는 것과 같은 산조가락의 틀을 정하게 된 이충선의 가락과, 박범훈이 스승인 지영희에게서 배운 피리시나위 가락을 토대로 새로 작곡한 박범훈의 가락이 있다. 이충선류의 장단은 진양조·중모리·중중모리·굿거리·자진모리 등으로 짜여져 있고 박범훈의 가락은 진양조·중모리·중중모리·자진모리 등의 장단으로 짜여있다. 
피리 주법상의 기교가 한껏 발휘되는 음악으로 꿋꿋하고 시원한 느낌을 준다.


음악의 멋

산조란 음양(陰陽)의 기를 바람(風)으로 흐트려(散) 조정하는 가락(調), 즉 우주의 기운을 한 호흡마다 수화(數化)시킨 장단을 악기의 가락과 함께 타는 음악이며, 느린데서 빠른데까지 장단을 기바람으로 조정하면서 이어가는 '이음새 독주곡'으로 각 장단마다 장별의 변화를 주는 즉흥적인 음악이다. 
-노동은-

산조에는 작곡자가 따로 없다. 연주자가 곡 작곡자요, 연주 내용은 바로 그들의 이야기다. 연주자가 음악의 처음과 끝을 모두 이야기하는 곡이기 때문에 막힘과 걸러짐이 없이 생경하게 흘러 나온다. 그 소리에는 고통이 있고 슬픔이 있으며 즐거움과 기쁨이 두드러진다. 그러므로 산조는 육체적인 음악이요 생활의 소리인 동시에 역사의 한 단면의 소리이다. 
-김용진-

산조는 서민 음악이다. 이 땅의 양반들에게 억눌린 인간의 슬픔과 고뇌의 쇠사슬을 풀어보려는 의지요, 이 의지의 승리를 열광하는 자연적 인간의 서사음악이기도 하다. 산조는 민요에서와 같은 시(時)가 없으며, 판소리의 문학도 없는, 악기의 시인 동시에 문학이다.
산조가 한풀이 음악이 아닐지라도 감정과 심리적 갈등풀이의 음악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갈등은 삶과 예술과의 관계를 말한다. 삶에 대한 여러 욕구를 예술로써 충족하려는 몸부림이다. 
-이성천-

같은 장단이 반복되면서도 똑같은 장단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를 생각하면서 들어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장단이 확실히 바뀌는 부분을 놓치지 않고 그 장단 바뀜의 묘미를 느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권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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