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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소개

<아라리요> - 이광수

나무그늘 2010. 5. 27. 13:18

 

이광수. 그는 얼마 전까지 김덕수 사물놀이의 상쇠였다. 구성진 소리로 비나리를 하여 굿의 시작을 알리고 굿을 보러 온 사람들에게 만복을 나누어주었으며, 굿이 시작되면 쇠를 치며 그 만의 부포상모놀음을 보여 주었다. 그런 그가 우리나라에서 지역별로 나름의 이름을 가지고 불러지는 민요인 '아리랑'을 소재로 한 음반이 있다. 징과 장고를 직접 치면서. 하지만 우리는 이 음반에서 그가 부르는 여러 지방의 아리랑과 더불어 그 만의 소리로 하는 '구음(口音)을 들을 수 있다. 어떻게 들으면 조금은 어색하기까지 한 소리를.
 
내 자신도 이 음반의 첫 곡인 '프롤로그'를 들었을 때를 생각하면, 그 어색함 때문에 끝까지 듣지를 못했다. 나에게 익숙한 '구음 살풀이'를 생각해서가 아닌가 한다. 징 소리에 이어져 나온 그의 '아으∼' 하면서 부르는 소리는 거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 뒤에 나오는 아리랑을 듣고 그 느낌은 바뀌었고, 그만이 하는 소리에 대한 새로움에 더 끌리게 되었다. 혹시라도 이 음반의 구음을 '구음 살풀이'로 생각하고 듣는다면 친근감보다 거부감 같은 것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 경우와 같이. 음악이란 열린 마음으로 접해야 그 소리를 조금 더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지역별로 대표적인 아리랑이라면 우리가 흔히 부르는 아리랑으로 서울의 본조아리랑의 변형인 것과, 강원도의 정선아리랑과 강원도아리랑, 경상도의 밀양아리랑, 그리고, 전라도의 진도아리랑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런 아리랑들을 부를 때면 모두가 똑같은 소리로 부르고, 그 메기는 소리도 많이 알려진 것 이외에는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여기서 그가 직접 장고나 징을 치면서 들려주는 우리의 아리랑은 그만이 할 수 있는 소리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누구나 알고 있는 민요이고 사설이지만 어쩐지 다르게 들린다.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억양도 그렇고, 조금은 웅얼거리며 하는 발성도 그렇다. 때로는 저절로 웃음이 나오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고, 메나리 가락의 아리랑에서는 그 가락은 슬프지만 슬프지 않게도 한다. 마치 아리랑이란 이렇게 부르는 것이다 하고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것은 부르는 가사의 상황과 그때의 소리가 일치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밋밋하게 부르는 소리보다 그 가사에 맞게 자신의 감정이 들어간 소리는 듣는 이에게 흥도 나게 하고, 그래서 어울려 따라 부르게 만들 듯이.
 
그가 하는 비나리 소리는 어디서 배운 것일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있다가, 그 성음은 '김복섭' 이라는 스승에게서 배운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여기서 그분에 대해 잠깐 소개를 하려 한다. 현재 김복섭 선생님은 스님이시며, 젊은 시절 '독경'에 타고난 재능을 보이신 분이다. 독경이란 경을 읽는 것으로 충청도 일대에서 많이 한다. 인간의 대소사에서 액을 물리고 복을 받아들이는 효험을 발휘하게끔 하는 문서를 낭독하는 것으로, 사람들은 흔히 몹쓸 병이 들어 가산 탕진하고 백 약이 무효한 지경에 이르면 "마지막으로 원이나 없게 경이나 한번 읽어 주자"는 바람으로, 어차피 보낼 사람, 산 사람이라도 위안을 받자는 마지막 매달림에서 하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가 부르는 아리랑보다 혼자서 징을 치며 하는 구음에 더 정이 간다. 하지만 이 음반을 듣고 하나쯤 나만의 아리랑을 가져보기를 소망한다. 나만의 상상력과 경험에서 나오는 사설과 곡조로.
 
아무나 부르며 즐길 수 있는 노래가 민요인데, 요즘은 아무나 부를 수 없는 노래로 변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1998.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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