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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UL-NORI(DRUMS AND VOICE OF KOREA)

우리가 듣고 음악이라고 느끼는 것은 소리의 어울림으로 이루어져 있다. 소리의 높낮이와 세기, 길이와 음색의 어울림으로. 이 중 높낮이를 표현하지 못하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이다. 그중 하나가 우리의 타악기로만 연주되고 우리가 '사물놀이'라 부르는 것이라 생각된다. 징, 꽹과리, 북, 장고 이 네 개의 악기가 만들어 내는 소리. 각각의 소리도 좋지만 같이 어우러져 서로의 소리를 감싸며 만들어 내기 때문에 더 좋은 소리.
 
올해로 사물놀이가 생긴지 20년이 되기까지 사물놀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음반들이 나왔다. 그중에서도 이 음반은 내가 알고 있기로는 '사물놀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지며 활동을 시작한 사람들의 초기 녹음이며,(사실 사물놀이가 처음 연주되었을 때, '공간'에서 연주한 사람은 이 네 사람들이 아니다.) 김용배의 쇠 소리와 김덕수의 장고 가락이 어우러져 녹음된 유일한 음반이고, '사물놀이'라는 이름으로는 처음 나온 음반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지금 가지고 있는 사물놀이 음반 중 가장 최근에 구입한 음반이다.
 
몇 해전 사물놀이를 전문으로 하는 가까운 벗으로부터 김용배와 김덕수가 같이 녹음한 음반이 있는데, 그 소리를 듣고 싶다는 말과 함께 시중에서는 쉽게 찾을 수가 없다는 얘기를 듣고, 내가 자주 가는 음반매장들을 뒤져보았지만 김용배와 김덕수의 이름이 함께 있는 음반은 쉽게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사물놀이 이야기'(김헌선 저) 라는 책을 통해서 이 음반이 외국에서 제작되었으며, 국내에는 라이선스로 들어와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어느 음반회사에서 수입을 했는지 모르는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종로와 청계천 일대의 도매상과 소매상을 뒤지며 음반을 구입하던 중 '사물놀이' 오아시스 레코드사라는 한글을 제외하고 모든 표기가 영어로 된 음반을 발견하고, 연주자의 이름을 보던 중 김덕수, 이광수, 최종실 그리고, 마지막에 있는 김용배라는 이름을 보고는 여러 번 그 이름을 확인했다. 김용배 그리고, 김덕수.
 
누군가 말하기를 김용배의 쇠와 김덕수의 장고소리는 서로 지지 않으려고 피 튀기는 싸움을 하는 것이라 했다. 조금 지나친 표현일지 모르지만, 그 만큼 그 소리가 어울리기도 하고, 서로가 다른 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소리를 만들어 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사물놀이의 연주에서는 개인의 연주 기량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는 각기 다른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이 같은 가락을 치면서 그 악기에 담긴 무한한 소리들을 깨워 자신의 호흡을 담은 소리의 울음으로 깨어나게 하여, 다른 소리와 더불어 숨 쉴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물놀이를 좋아하는 이들 중 많은 이들이 사물놀이 소리 중 그 세기와 길이만을 좋아하는데, 한 번쯤은 그 음색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쇳소리, 가죽소리 그리고, 나무소리의 어울림을. 이 소리에 관심을 갖는다면 같은 풍물가락을 연주하더라도 연주하는 사람들에 따른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깊은 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며 소리를 조금만 크게 하고 이 소리만을 집중해서 들어보기를 권한다. 이 네 악기가 만들어 내는 소리를. 각기 다른 악기들을 두드리는 네 사람들의 호흡을 느끼며, 서로가 같이 숨 쉬는 소리를.

1998.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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