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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물놀이와 국악 관현악을 위한 협주곡 - 이란.. 부제가 있는 음반이다.

곡의 이름은 말 그대로 신(神)을 모은다는 뜻이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이 곡의 주요 주제 중 많은 부분이 무속에서 쓰이는 가락의 인용이고, 풍물굿의 장단 중 무속장단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또한 이 곡의 나눔인 '거리'라는 말도 무당의 굿의 한 장단을 이루는 단위를 뜻한다. 하지만 이 곡에서 신은 신난다, 신명난다. 신바람 등의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짜임은 일반적인 창작 국악곡과는 조금 다른 형태로, 풍장, 기원, 놀이 이런 이름의 세 개의 거리로 나누어져 있다. 이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농사를 짓고 사는 사람들의 기원과 풍년을 바라는 마음, 그리고 풍년의 농사를 감사하고 그것에 흥겨워 노는 모습을 생각나게 한다. 우리네 생활처럼.

먼저 이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말하라면 즐겁고, 흥분되고, 뜰 뜨게 하는 곡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사물놀이를 보면 그 짧은 시간에도 사람의 감정이 즐거워지듯이. 첫째 거리는 나발이 울리고, 태평소의 주제 선율 연주로 시작되며, 마치 이 곡이 사물놀이를 위한 곡이라는 것을 알리듯 사물놀이에 쓰이는 각각의 악기가 차례로 울리며 곡은 진행되어 간다. 이 거리에서 재미있는 부분은 호남좌도 굿에서 불려지는 노래 굿의 하나인 월산가가 불러진다. 둘째 거리 기원은 첫째거리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가 지속된다. 어느 음악 잡지의 국악의 정서반응 설문조사에 기재된 내용을 보면 이 곡의 정서를 섬뜩하고 괴기스러운 곡으로 답한 사람이 있는데 아마 이 부분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기원이라는 부제가 알려주듯이 정말로 무엇인가 간절히 바라는 마음의 표현이 아닐까. 그 기원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모으며, 하나로 모여진 마음의 표현은 음악의 폭발로 이어지고, 그 마음은 다음의 놀이를 준비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이 거리에 연주되는 대부분의 장구 가락이 전라도 무속에서 사용되는 외장구 장단, 또는 무장구 장단으로 불리는 무속장단이다. 셋째거리 놀이는 그 시작부터 놀이판을 준비하는 장단으로 시작되어 그 장단이 조금씩 빨라지며 흥겨움을 더해간다. 또한 사물놀이와 국악 관현악이 서로 주고받는 부분은 사물놀이의 짝쇠 부분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사물놀이의 영남풍물 가락과 별달거리가 불러지며 곡의 이름대로 신명과 신바람 을 불러일으키며 끝을 맺는다. 공의 여운과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며.

이 곡의 전체 연주시간은 45분을 넘기는 이유로 일반 연주회에서 이 세 개의 거리가 연주되는 경우는 많지 않고, 셋째거리인 놀이가 주로 연주된다. 그래서 이 곡을 놀이 부분만 있는 곡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 곡의 재미는 전곡을 다 들었을 때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자기 나름대로의 상상과 계속해서 변화되는 사물놀이의 장단을 손장단으로 따라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사물놀이를 좋아하는 이라면 이 곡에 삼도의 풍물굿 가락이 모두 나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호남우도 풍물굿 가락을 시작으로 웃다리 풍물굿, 마지막에 영남 풍물굿에 이르기까지. 삼도 풍물굿을 모두 들을 수 있는 곡이다.

이 곡의 다른 이야기를 하면 작곡자인 박범훈과 김덕수 사물놀이의 김덕수는 국악예고에서 공부를 할 때 같이 생활을 하기도 한 선후배 사이이다. 그런 인연이 있어서 인지는 몰라도 이 곡은 김덕수 사물놀이를 위해 작곡된 곡이고, 작곡된 1987년은 김덕수 사물놀이의 창단(1978년) 10년이 다되어가던 해이다. 그리고 이 곡은 연주하는 단체의 피리주자와 태평소 주자에 따라 그 곡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만큼 이 곡은 다른 곡보다 태평소나 피리 연주자의 기량에 따라 곡의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으로 생각된다. 참고로 이 음반의 태평소 연주자인 김광복은 현재 전남대 국악과 교수로 있으며, 작곡자인 박범훈과는 고등학교 후배이자 제자이기도 하다. 내 기억으로는 민속악에 특히 능하며, 무속 음악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알고 있다.


1998.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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