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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소개

<아수라> - 원일

나무그늘 2010. 5. 27. 13:20

 


'원일' 우선은 내가 알고 있는 그에 대해 생각을 해 본다. 처음으로 그를 알게 된 것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내 자신이 국악 실내악이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어울림'이나 '슬기둥'이라는 사람들의 모임을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슬기둥'에 타악을 주로 하는 사람 중 '원일'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장고나 북을 참 흥겹게 치는구나 정도로 기억된다. 그리고 조금 더 관심을 가지게 된 시기는 그가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1996년 '꽃잎'의 영화음악을 작곡하고 그 영화와 더불어 그 음악도 좋게 평가되었던 시기이다. 그리고 그가 추계예술대에서 피리를 전공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나의 관심은 조금 더 깊어지게 되었고, 조금 더 '원일'이라는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최근에는 슬기둥의 실황연주에서 연주되었던 '신뱃놀이'라는 곡을 그가 작곡했다는 사실을 알고 슬기둥의 음반에 그 곡이 실리기를 기다리기까지 하였다. 그리고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이나 주위의 소식으로, 그는 중학교인지 고등학교 때인지 클라리넷을 배웠고, 대학에서는 피리를 대학원에서는 한국음악을(중앙대 음악대학원) 전공하고, '김용배'-1978년 '김덕수 사물놀이' 창단 때 꽹과리를 쳤으며, 현재까지 쇠를 가장 잘 친다고 알려져 있음-에게서 꽹과리와 장고, 즉 우리 장단을 배웠으며, 무용 음악과 영화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작곡하고 슬기둥에서 푸리-현재는 원일, 민영치, 김용우로 구성되어 있으며, 대중가수나 다른 연주단체와 같이 혹은 자체적인 연주회도 열고 있음-라는 타악 연주패 활동도 하고, '어어부 밴드'-펑크 록 밴드(?) -에서는 콩고 북을 연주하거나 북을 치는 역할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경험과 활동을 하는 그가 1997년에는 UCLA(캘리포니아 주립대)에서 종족음악을 공부하고 돌아왔다. 돌아오면서 '아수라'라는 제목의 그의 첫 번째 음반도 우리에게 들려주었다. '아수라' 처음 이 음반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호기심이 먼저 생겼다. 왜 제목을 이렇게 정했을까 하는 것과, 어떤 모습과 어떤 소리로 이 음반을 채웠을까 하는 것 등.
 
이런 나의 호기심은 이 음반을 듣고 여러 번 생각을 하게 했다. 과연 무엇을 표현하려는 것인데 이런 여러 종류의 소리들을 사용했을까 하는 것이다. 사실 이 음반을 들어보면 '몽금포 타령'의 가사에 새로운 장단과 소리를 입히고 '이상은'이 노래한 '달빛 항해'라는 곡-현재까지 방송에서 가장 쉽게 들을 수 있음, 장고로 반주하는 랩과 흡사한 음악, 록과 비슷한 소리의 곡, 잘 들어보지 못한 악기 소리, 창작 국악이라 알고 있는 분위기의 곡들 등, 그 소리들이 흥미롭기도 하고, 새로움도 느낄 수 있었다. 조금 더 이 음반을 들으며 곳곳에 숨어 있는 그의 음악적 뿌리를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재미있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국악이라면 반드시 우리악기로 연주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우리 악기로 연주하기만 하면 다 우리 음악(국악)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현재의 우리 음악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어떤 음악일까?'
 
이런 저런, 많은 생각과 즐거움을 주는 음반이었다. 이 음반을 듣는 다른 이들도 자기가 가지고 있는 음악적 경험으로 이 음반을 즐겁게 들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국악을 알고 있는 이라면 곡에 숨어 있는 우리 악기 소리-일반적인 음반과 녹음하는 방법이 다른 이유에서인지 소리를 잘 듣지 않으면 처음 듣는 악기 소리같이 들리기도 함-와 다른 나라 민속악기 소리들에 주위를 기울이면 여러 가지 새로운 어울림도 좋을 것 같다. 
 
내가 알고 있는 그의 경험과 활동을 알고 나면 그가 과연 어떤 음악을 하는 사람인가 국악을 전공했으니 소위 말하는 '국악인'이라 해야 할 것 같은데, 왠 펑크 록 밴드에 종족 음악까지, 조금은 이상하게 생각하는 이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음반을 들어보면 그가 하려는 음악 생활과 그의 의도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그의 앞으로의 음악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사람 중 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도 국악을 전공하고 공부한 사람으로 현대의 사람들에게 들려줄 국악의 모습과 그 가능성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국악인이 아닐까?

19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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